제13시대 단편 플레이 보고서 RPG 잡담



김성일님께서 맛스타를 잡은 단편 플레이를 하고 왔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안 모여서 전투 테스트를 하는 정도에서 끝이 났는데, 이번에 5명이나 모여서 우르르 다굴을 치니 참 재미가 별났습니다.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성일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도 성심성의껏 소감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죠. 자질구레한 건 넘어가고 캐릭터 메이킹부터 말하겠습니다. 실제한 것과 느낌이 어떤지만 말하겠습니다.

1. One Unique Thing
왜 너는 특별하니? 이걸 묻는 항목입니다. 이걸 설정한다고 해서 룰 보너스를 받는 건 아닙니다. 인물의 정체성을 정의할 뿐입니다. 다만, 그 인물만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이야만 합니다. 김성일님께서 설명했을 때 제가 간단하게 맞장구친 것이 있는데 바로 중2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치할지는 몰라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특별한 인간이 되기는 힘들죠. 저같은 경우는 아래처럼 작성했습니다.

나는 원래 우드엘프였다. 그러나 어느날 내 몸이 다른 사람, 그것도 하프엘프의 몸으로 바뀌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건 청룡의 행각일 것이다.


행각일 것이다는 일부러 그렇게 했습니다. 제 인물이 자신이 원래 우드엘프이고, 청룡때문에 이 꼴이 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 입장에선 실제로 그게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물은 그렇게 생각하고, 나중에 이게 망상이었다는 전개로 나가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단편이라서 이게 다 드러날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걸 정하는 것만으로 이후 설정의 기반이 됩니다. 아래처럼요.



2. 표상 관계
몇 번이고 말했듯이 제13시대의 기본배경인 용 제국에서 열셋 표상이 있습니다. 이 인물과 관계를 통해 인물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간과한 것은 One Unique Thing을 통해서도 표상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나치게 이해가 얄팍했던 거구요. 저는 이렇게 설정을 했습니다.

대마도사 모호 관계 +1
삼악룡   부정 관계 +2


사실 예전에 이 룰을 봤을 때, 긍정 관계가 있는 편이 게임을 하거나, 인물을 만들 때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긍정이건 부정이건 그 자체만으로도 쓸 요소는 무중무진합니다. 역시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표상 굴림이 1, 3, 3이 나와서 정작 써먹지는 못 했습니다.



3. 출신
기존 D&D의 기능 규칙을 대체합니다. 걍 폭 넓은 프리폼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다만 단편이고 일단 하면서 정하자는 방침이라서 저는 이렇게 설정이 됐습니다.

요정여왕 숲의 변경 경비대
삼악룡한테 쫓기는 자


여기까지 보셔도 One Unique Thing이 설정을 만드는데 큰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플레이 소감
사실 전투가 플레이 시간의 태반을 잡아먹었습니다. 저는 화이터를 골랐는데, 이상하게 파티에서 아무도 힐러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리커버리 덕분에 힐러가 그렇게까지 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을 빨리 잡으면 잡을수록 피해를 입을 일이 적으니, 이쪽도 나쁘지는 않은 전개였다고 봅니다. 전투는 자기 능력을 상황에 따라 골라써서 꽤나 아기자기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자기가 선택한 능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가짓수가 많다 보니 첫 전투에서 많이 버벅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편으로만 가도 금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종이 한장 두고 펜으로 직직 긋는 것으로 전투를 헐겁게 할 수 있는 점을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제대로 해보니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더 이상 거리 개념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떤 점에서 페이트의 구역 개념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정도로 추상적이고요.

언제나 그렇듯이 d20 특유의 평등한 난수성 때문에 살짝 난감했습니다. 공격 판정을 5번 해서 2번 성공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기능 판정가지 하면 성공비중은 더더욱 줄고요. 겁스나 페이트는 평균분포를 준다는 점에서 과감히 주사위를 던져볼만 하지만, d20은 d20이었습니다. 그리고 책 자체가 '다 아시죠'풍이라서 자질구레한 건 그냥 넘어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번에도 말한 문제지만, D&D를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가볍고 심오한 룰에 금새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삽화가 없다시피 해서 이걸 묘사하는데는 난항을 겪을 것 같습니다만 던전월드도 이것과 비슷한 경우라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발굴했고, 제가 빨아주는 룰이지만 정말 훌륭합니다. 설정도 헐거워서 아무렇게 끼워맞추도록 권장하고 있고, 열셋 표상은 이야기의 유연성을 높여 줍니다. 그 자체로도 시나리오의 원인이자 동기니까요. 고작 단편이지만 표상과 관련한 개드립(...)이 쉴 새 없이 나왔으니 중장편으로 가면 얼마나 연쇄효과를 낼지 좋은 의미에서 감이 안 잡힙니다. 그래서 내년에 초여명에서 제13시대를 발매하기 전에 SRD가 공개된다면 그걸로 우선 플레이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단편이라지만 역시 모국어가 아니니 좀 불편하긴 하더군요. 그래서 국문화가 더욱 절실하고요. 내년이 기대됩니다.



어제는 되게 할 말이 많이 떠올랐는데, 한숨자고 쓰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나네요. 역시 생각나면 추가해야겠습니다. 마무리로 플레이를 주선하신 김성일님과 다른 플레이어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덧글

  • 그리핀 2014/10/19 23:49 # 삭제 답글

    정말 재밌어 보이네요. 이걸 하려면 내년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합니다....

    srd 부분만으로 플레이가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나오면 손 좀 대봐야 될거 같네요.
  • 바이라바 2014/10/20 12:35 #

    표상 부분만 구할 수 있다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SRD 자체에는 배경세계 관련은 다 제했거든요. 정 뭐하면 기존세계를 응용하거나, 새로 만들수도 있고요.
  • 김모씨 2014/10/20 15:24 # 삭제 답글

    마스터 맡았던 김씨입니다. 룰북 가져와 주시고 설명 도와 주신 덕분에 저도 한층 편하게 했습니다. 언제 또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네요 ^^

    D&D류에 관해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별도의 소책자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바이라바 2014/10/20 17:58 #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참여 목적 자체는 실제로 플레이하면 어떤 느낌일까 확인하고 싶은 거였는데, 처음 해보는 분이 있었는데도 꽤 스무스하게 진행이 되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던전월드는 한국에서도 얄팍하게나마 존재하는 D&D '정서'로 커버할 수 있는 면이 많았는데, 제13시대는 그걸 넘어 '다 아시죠?' 식으로 나가서 설명 책자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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