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RPG 펀딩에 대한 소고 3 RPG 잡담



덤같은 거지만, 아마도 내년에 진행할지도 모르는 펀딩을 꼽아봤습니다. 안 하면 어쩔 수 없고요.

1. FATE core

이미 초여명에서 코어룰 번역을 마치고 구글사이트에 공개해놓은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시스템 툴킷때문에 만약에 펀딩을 진행한다면 2권을 동시에 파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건 2권 동시 판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펀딩을 할 것이라고 추정하는거지 진짜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에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습니다. 저로서는 안 살 수는 없는 물건이거든요.


2. 새비지 월드 코어

아직 한권도 출판하지 않은 출판사인 구르는 사람들의 마법서점 공지를 보면 목표금액이 달성되지 않아서 일반판매가 아닌 펀딩으로 돈을 모아 출판하겠다고 합니다. 책 판형은 a4크기가 될지, 익스플로러 판형이 될지가 궁금하네요.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후자를 지지합니다만.


3. 가칭 새비지월드 SF 캠페인 자료집(http://cafe.naver.com/trpgdnd/40915)

13년 11월 08일, 해당 글에 따르면 진유랑님이 새비지 월드 캠페인 자료집을 발매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게 약간 뜬금없이 언급이 되있어서 다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게 문제겠지요. 전 플롯 포인트 방식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안 가지만요. 새비지 월드 정책의 유일한 오점이 플롯 포인트라고 생각할 정도고요. 플롯 포인트 방식대로라면 추후 서플이 계속 공급이 되지 않으면 금새 말라죽기 쉽거든요.


4. 가칭 자작룰 B(http://cafe.naver.com/trpgdnd/41407)

3번이야 그렇다치고 4번은 뜬금포 중의 뜬금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정보가 더 나와야 알겠지만 국내 자작룰이 다 그렇듯이 하나도 기대를 안 합니다. 3,4번 모두 12월달에 시작할 예정이라는데 막날까지 소식이 없네요(...).



앞으로 따져봐야할 문제

현재 완료한 5개 펀딩을 저번 글 2개에서 신나게 깠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문제가 덜 발생하는가를 머리 모아서 고민해봐야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쓰고나서 찝집한 것이 덜 쓴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나면 항목을 더 달도록 하겠습니다.

1. 자작 문제

도프와 마법서점, 유산의 공통점은 자작 룰북이란 겁니다. 그리고 현재 도프와 마법서점만 봐도 제작 지연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번역룰과는 자작설정, 자작룰, 개조의 경우 번역기간보다 제작기간이 상상 이상으로 소모가 됩니다. 품질은 나오기 전까지 모르니 알 수 없다지만, 사람들은 지연에 그렇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현재 이 2건도 이 모양인데, 앞으로 자작을 한다고 나오는 물건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 의견을 솔직히 말하자면 도프나 유산처럼 얼마나 완성됐다 이런 말은 이제 아무도 안 믿으니, 진짜로 텍스트본 오타잡기 직전까지  완성하지 않는 이상 자작물건은 하지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도프의 경우만 봐도 이제 제작자측이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을 지경이 됐습니다. 펀딩이란 것이 다 완성하지 못 한 상태에서 돈을 먼저 받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지만... 글쎄요. 베타도 안 끝난 룰이 완성되고, 테스트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인내심 많은 사람들은 아마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텍본이라도 완성돼있지 않은 이상 그냥 하지 마세요. 물론 제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이유는 없지만요.

  어차피 시장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상황에선 멀쩡한 물건이 나온다면 사람들이 한권 정돈 사줄 공산이 큽니다(물론 취향을 많이 타지 말아야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합니다). 다 한국 RPG판이 잘 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죠. 도프의 경우는 능력 밖의 일을 벌여서 호의라는 말로도 쉴드치기 힘들정도로 일이 심각해졌고(환불해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유산의 경운 이것이야말로 한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습니다. 전 자작룰을 굳이 내려는 의도가 정말 한국 RPG판을 위해서인지, 자기 만족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현 상황에선 도움이 안 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사실 정도죠. 아마도 자작룰을 낼 여건이 되려면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신뢰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쪽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2. 구매력 문제

  구매력 문제는 두 방향에서 접근을 해야 합니다. 펀딩을 1~2천만원씩해서 성공한다고 해서 그게 다가 아닙니다. 펀딩 종료 이후 성과가 펀딩 시 성과로 그대로 전이되는가가 문제죠. 결국 책을 찍어내는 건 이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그 책이 앞으로 얼마나 팔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적어도 던전월드를 보면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샀음에도 계속 팔리는 눈치인데, 어쩌면 모금자수가 이후 판매량을 결정하지 않냐는 추측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 RPG인구가 적게 잡아도 사오백은 될텐데 모금자수가 적다는 건, 돈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 1) 나오고 나서 평을 보고 산다 2) 취향이 아니다 라는 요인이 있습니다. 이 잠재 구매력이 얼마나 움직이는가에 따라 사업으로서 성공이 결정되리라 봅니다. 사업으로서 성공해야 전업출판사가 생기던지 말던지 하지요.

  다음으론 언제까지 사람들이 초고액 구간에 묻지마 모금을 해주냐는 문제입니다. 그나마도 현재 5건 펀딩 중에서 5건 다 넣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고 2~3건 넣은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현재는 감격의 시기인지라 사람들이 큰 부담없이 내줄테지만 1년 펀딩 개수가 많아지거나, 더 이상 감격스럽지 못 하면 이렇게 적은 사람이 높은 성과를 내주긴 힘들거라 봅니다. 과거글에서 건전성 타령을 했는데 다 이것 때문에 줄기차게 강조를 한 것이죠.

덧글

  • Wishsong 2013/12/31 23:51 # 답글

    4번의 경우 무료 공개 계획으로 전환했다고 들었습니다.
  • 바이라바 2014/01/01 12:27 #

    그러면 1개가 줄어드는 셈이군요. 어떤 점에선 다행이라고 봅니다.
  • 샤이엔 2014/01/01 08:19 # 답글

    4는 최초의 '펀딩'계획도 현재의 범람하고 있는 텀블벅 프로젝트식 대형 펀딩이 아니라, 500원 펀딩으로 특전은 룰 이름 공모 참가권이었습니다.

    DoF에 대해서는 시수리님 블로그의 http://sisuri.egloos.com/4000872 글만 봐도 더 이상 코멘트는 무용한 느낌. 일리도 있고 애정도 있는 지적이라 더 슬픈 현실이죠. 저걸 다 반영하면, 그냥 책을 새로 만드는 수준이니..

  • 바이라바 2014/01/01 12:30 #

    텀블벅이 최소 천원으로 알고 있는데 500원 펀딩이 가능은한가 궁금하네요.

    DoF는 200명도 안 되는 모금자 전원에게 PDF돌려서 지적받아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십만원 이상 낸 사람들에게만 검수권을 준 관계로 애초부터 피드백받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룰북 하루이틀 본 사람들도 아닐텐데 저건 기초적인 구조문제조차 지적을 받는 거 보면 답이 없네요.
  • 펠군 2014/01/05 21:57 # 삭제

    일단, 현재 모든 후원자들에게 PDF를 공개해서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 받은 내용은 거의 매일매일 적용하고 있습니다. 10만원 이상 낸 사람들에게만 검수권을 주었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기초적인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충분히 교정이랄까 가필과 편집 및 구성 순서 변경 정도로 해결가능한 수준입니다.
  • 김모씨 2014/01/05 02:18 # 삭제 답글

    초여명의 김성일입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제가 처지가 처지라 직접 할 수 없는 말, 남에게 묻기도 어려운 말이 많은데, 중요한 점들을 적절하게 짚어 주셔서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특히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우려까지 포함해서 대부분 동의합니다.

    페이트 관심 있으시다니 확정하지 않고 말씀드리면 올 여름에 펀딩을 들어갈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코어와 시스템 툴킷이 위주가 되는데, 그것만 갖고는 실용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여러 옵션들을 저울질하는 중입니다.
  • 바이라바 2014/01/05 18:28 #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인데 괜찮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이 글엔 안 썼지만 DoF 펀딩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돌아갈거라고 우려했는데 꽤나 많은 부분이 맞아들어가서 놀랐습니다(어떤 부분은 예상 이상이었기도 하고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이런 소소한 문제가 겹쳐서 RPG판 자체가 확 고꾸라지는 것이 제일 걱정이 큽니다.
  • 광황 2014/01/05 22:1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DoF 프로젝트 진행자입니다.

    프로젝트 진행이 굉장히 (1년) 지연됬기 때문에, 스케쥴과 관련한 '프로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난은 기꺼히 감수하겠습니다. 저희도 최초로 클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이용하고, 출판 인프라에 대하여 명확한 방법론 없이 접근하였기에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펠君이 말한것과 같이 한정된 후원자에 대한 피드백은 후원자 전원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도 아님은 분명히 밝혀두고 싶습니다. 또한 DoF는 현재 오탈자 수정 피드백을 받는 정도로 이미 완성되어 있으며, 시수리님이 지적하신 '구조와 배치'문제는 제작자들이 그렇게 결정한 의도를 하나 하나 설명드릴 수 있는 지적사항들입니다.
    (예를 들어, 왜 세계관이 앞에 나왔느냐는 의문에 대해선 '비슷한 장르인 F.E.A.R 社 룰북 구조가 그런 형태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 광황 2014/01/05 22:18 # 삭제 답글

    신뢰성 부분은 저도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 개인의 신뢰 문제때문에 다시 클라우드 펀딩을 이름걸고 하긴 매우 어렵겠지만, 만약 재차 하게 된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최소한의 완성본을 걸어놓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드릴거 같구요.

    아무래도 한국 최초의 '범용' 자작룰의 작성이라 참고할 데이터가 아무것도 없다보니 쌓아올리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이해받고 싶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자금이 없어서 도전하기 힘들어한 상황을, 이젠 누구나 괜찮은 구성원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것은 분명 RPG 상황에 불러온 큰 혁신이 아닐까요? 예전엔 GURPS 조차도 이득을 보기 힘든 구조였는데, 이젠 직업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됬다는건, 공급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하니까요.

    부디 글쓴이께서도 이 점 다시 고려 부탁드리며.. 즐거운 RPG 즐기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기생수 2014/01/06 17:07 # 삭제 답글

    한국 RPG 펀딩에 대한 소고 1,2,3 ... 뭔가 잘 읽었다는 댓글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덕분에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군요. 날카로운 분석에 후련하기까지 했습니다.
  • 바이라바 2014/01/06 22:55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느낀대로 써봤는데 이렇게 의견이 많을지는 몰랐습니다. 저만 하는 것보단 다른 분들도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 보우야 2014/01/07 20:09 # 답글

    예전 WOD 멍멍이 20주년에 댓글 적었던 녀석인데 기억하실는지?? 오랜만에 와서 바이라바님이 적으신 한글rpg 펀딩에 관한 글을 쭉 보았는데 내용에 동감과 더불어 펀딩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는데 그 막연함에 개안이 되는 기분이네요. 바이라바님 말씀대로 바이라바님 외에도 다른 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데 이 목소리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비판이 비난으로 변질 될 수 있고 RPG 펀딩이 이루어지면서 RPG라는 물건이 바이라바님이 말씀하신 잠재력을 지닌 구매자들에게 알려져 가는 시기인지라 지금같은 시기에 초를 치기 싫어서 언급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래도 바아리바님의 글은 저 같이 아직 RPG 펀딩 말고도 펀딩이라는 시스템에 막연함과 의문감을 해소해 주는 데 적합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바이라바 2014/01/07 22:46 #

    아, 오래간만에 뵙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원래 소고글 1,2번도 하나로 올리려던 것을 장사망칠 일 있냐는 말을 들을까봐 부득이하게 1,2번으로 나눠서 올리게 됐습니다. 저는 쉬쉬하는게 미봉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이야 넘기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이 된다면 언젠가 터질 거라고 보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요.
  • 케찰코아틀 2014/01/12 12:08 # 답글

    좋은 글입니다. 다른 말은 그냥 사족이 되겠네요. 좋게 풀리면 좋겠습니다.
  • 바이라바 2014/01/12 16:01 #

    저도 좋게 풀리면 좋겠지만 영 쉽게 풀릴 것 같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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