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RPG 펀딩에 대한 소고 2 RPG 잡담



3. 고민해결! 마법서점(https://www.tumblbug.com/ko/nyabu)

목표금액:  3,000,000원
달성금액: 25,334,777원(844%)
모금자수: 371명
평균금액: 1인당 68287원

  3.1 건전성 -  사실 금액별 보상구간만 따지면 가장 다채로운 물건입니다. 초고액 구간에서 미리국 펀딩에서 볼법한 NPC로 출현이나 제작자 본인이 몸을 바치는 마스터링 등등이 등장했기 때문이죠(대체로 이런 건 중소형 펀딩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대형 펀딩의 경우엔 천달러 단위는 내야 제작자가 마스터링을 뛰어 줍니다). 제 사견론 이렇게 너무 아련한 배경설정이 새비지 월드같은 흉폭한 룰에 어울리는가 걱정이 됩니다만,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전혀 기대를 안 했지만 평균금액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전성을 파악해봐야 하는데, 썩 나쁜 편은 아닙니다. 다만 중간구간을 파악하다가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였습니다.


35,000원 이상 - 퀵스타터PDF + 후원자 명단에 수록 + 실제책 + 게임용 베니 + 추가특전 적용
45,000원 이상 - 퀵스타터PDF + 후원자 명단에 수록 + 실제책 + 게임용 베니 + 추가특전 적용 + 리플레이 실제 책

플레이어 세트(5만 이상) - 35000원 이상 보상 + 당신의 고민 한줄 해결! + 다면체 주사위 세트 + 리플레이
스토리 세트(5만 이상) - 35000원 이상 보상 + 당신의 고민 한줄 해결! + 리플레이 + 단골손님
마스터 세트(10만 이상) - 35000원 이상 보상 + 당신의 고민 한줄 해결! + 다면체 주사위 세트+고급 다면체 주사위 세트 + 와일드다이스 + 리플레이 + 한정판 어나더 커버 + 단골 손님



  10만원 이상을 내야 받을 수 있는 마스터 세트 아래서부터 중간 구간이라 싸잡아보겠습니다. 실제로 리플레이 포함해서 6만원이 되더라도 마스터 세트와 4만원 차이가 나니까요. 다만 플레이어 세트와 스토리 세트의 경우 구태여 둘을 나눌 필요가 있었는가 싶더군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별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진 못 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구매 대부분이 스토리 세트같은 어정쩡한 게 아니라 확실한 실물을 주는 플레이어 세트에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외국모델을 따라한 것이라면 따로 옵션을 둬서 펀딩 종료 후 무슨 옵션을 골랐는가를 설문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뭔가 아쉽네요. 깔끔하게 구간을 설정한 던전월드하고 폴라리스와 너무 비교가 됩니다. 그리고 리플레이 실책만큼은 꼬박꼬박 구간마다 더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생긴 난잡한 구간 설정을 보면 실책을 파려는 건지 리플레이를 파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던전월드와 비슷한 시기에 펀딩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덕을 보았다는 의견이 존재합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으므로 그런 얘기만 있다는 정도로만 끝내려고 합니다. 이게 증명이 되려면 그냥 새비지 월드 코어를 펀딩할 때 드러나겠죠.*

* 제 가정 상 내년에 페이트와 새비지 월드의 성과가 한국 RPG계의 실제 역량을 파악하고 이후 펀딩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한국 입장에선 초거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3.2 신뢰성 -  진행상황이 착실히 올라오는 편이라서 아직은 흠을 잡을만한 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도프처럼 1년을 안 넘겼거든요. 던전월드와 차이점이 있다면 던전월드는 나왔지만 마법서점은 아직 안 나왔다는 점입니다. 원래 다 만들어두고 파는 게 아니니 지연 자체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1년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마법서점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겠죠.

  사실 작년 8월에 나올 예정이라 해놓았으니 현재 4달 가량 지연이 된 셈이니다. 1000만원 목표가 50여쪽이 풀칼라로 추가된다는 건데, 50여쪽을 쓰는데 4달이 지연된다는 것 역시 재미있습니다. 하루에 반쪽씩만 써도 다 쓰고 남을 시간이니까요. 역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한국에서 자작을 한다는게 어떤 상황을 낳는지 여실히 느꼈고요. 그럼에도 도프에 비할바는 아니겠죠. 적어도 공지만 보면 도프보다 많이 올라왔으니까요.


  3.3 사견 - 솔직히 코어룰북이 아니라 그걸 이용한 서플리먼트(독자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가 먼저 나오는 건 굉장히 웃기면서 슬픈 상황이라고 봅니다. 서플리먼트가 나와야지만 코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실책이 나오고나서 빠른 시일 안에 펀딩을 또 진행하고, 예상날짜를 넉넉히 잡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4. 폴라리스 : 머나먼 북방의 슬픈 기사극(https://www.tumblbug.com/ko/polaris)

목표금액:  5,000,000원
달성금액: 11,329,222원(226%)
모금자수: 267명
평균금액: 1인당 42431원

  4.1 건전성 - 평균금액이 (비교적) 낮은 편인데 고액 구간이라 할만한 게 별로 없고, 구간 가지수도 대여섯개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의외로 중저가 구간에 돈을 넣은 사람도 꽤 되기 때문에 제 시각에선 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펀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성금액만 따지면 폴라리스치곤 많이 나왔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나치게 배경하고 규칙 등이 엑소틱하니까요. 범용성이 없기 때문에 사실 한권 사서 한두번 해보면 뽕을 뽑은 셈이기도 하고요.

  폴라리스 펀딩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후 던전월드처럼 규모가 큰 펀딩보단 꽤나 견실한 중소형 펀딩으로써 올바른 지침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던전월드가 너무 성공해서 그렇지, 내가 해도 이천삼천 나올거다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폴라리스야 말로 중소형 RPG 펀딩의 한계선을 보여줬고, 이정도면 중소형치곤 꽤 성공했다는 게 제 평입니다. 모금자수도 사실 꽤 많은 축에 속하고요. 어찌보면 앞으로 이정도만 성공해서 번역룰이 출판되는 것도 꽤나 이상적입니다. 수천단위 놀이도 한두번이지, 큰 것보단 작은 게 평타치면서 계속 나오는 게 RPG 부흥론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4.2 신뢰성 - 마법서점과 대동소이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폴라리스쪽은 번역룰이라서 창작보단 시간이나 수고가 덜 들고, 이미 레이아웃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더 빨리 나올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그리고 PDF를 먼저 모금자에게 배포를 하니 내용물도 훨씬 빨리 확인할 수 있겠죠. 자작물건을 낸다는 게 한국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또 증명하고 있는 사례죠. 아마도 삽화도 원작 삽화를 그대로 썼으면 벌써 PDF가 나왔을지도 모르죠.


  4.3 사견 - 앞으로 낼 인디룰(개인적으로는 로키님이나 위시송님 성향을 봐선 메이저 룰을 내실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봅니다)을 내기 위해 실적 차원에서 폴라리스를 낸 것이라고 한다면 납득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꼭 이걸 냈어야만하나 싶습니다. 저 자신은 룰 자체보단 이걸 사면 나중에 이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즉, 새 룰북을 출판할 가능성)때문에 산거니까요. 미래에 무얼 낼 거란 말이 애초에 없었으니 폴라리스 한 권만 나와도 뭐라 그럴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론 꽤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5. 이어리니안의 유산
(https://www.tumblbug.com/ko/loerpg)
목표금액:  3,000,000원
달성금액: 11,000,455원
모금자수: 181명
평균금액: 1인당 60775원

  5.1 건전성 - 평균금액만 보면 좀 거시기하지만 순수하게 책만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 예상과는 좀 다릅니다. 다만 모금액의 7할 이상이 초고액구간에서 발생했다는 건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건 롤모델로선 부적합한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리고 한국 RPG 펀딩이 일단 나오니까 비싼 걸 질러준다는 형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5.2 신뢰성 -  할말이 되게 많은데... 규칙이야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이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만들고 있는 중이니까 살만한 물건이 아닙니다만.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베타가 아닌 미교정본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베타를 내놓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완성을 해놔도 쟁쟁한 외국산 룰과 경합을 벌여야하는 마당인데 말이죠.

  자작설정을 보고 있노라면... 음... 전 평소에 술을 거의 안 마시고, 담배는 전혀 안 피고 삽니다. 근데 이걸 보고나니 술담배가 땡겼습니다. 펀딩 첫날에 이걸 보고 깜짝 놀란 것이 과연 이걸 돈 주고 팔 수 있는 퀼리티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 진지하게 대필작가를 고용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이런 비판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베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고 하면 그만이거든요. 뭐가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사라는 건 올바른 행위인지 궁금하긴 하네요.

  신뢰가 안 가는 건 내용물만이 아닙니다. 저는 이어리니안의 유산(이하 유산)의 펀딩 의도가 뭔지 모릅니다. 다만 초고액구간에서 주는 전투세트의 내용물을 처음부터 정해놓지도 않은 걸 보면 펀딩 붐에 급하게 편승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닌가 굉장히 의심이 듭니다. 일단 공지사항에 밝힌 전투세트의 내용물(확정도 아닌 고민 중)이란 걸 한번 살펴보죠.


전투용 맵 = 튼튼한 재질의 A3 크기. 접을 수 있는 구조 입니다.

전투용 토큰 - 일러스트를 사용한 소형 토큰 입니다. PC와 에너미 들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토큰으로 재질이나 사양은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고민 기준은 무게, 갯수, 두께 입니다.

보관용 박스 - 위 2개를 담을 수 있는 박스 입니다.



  아마 정해놓지도 않았지만 누구나 정석적으로 할 수 있는 대답입니다. 지도, 지도에 놓을 거, 그거 담을 상자. 아주 간편하지 않습니까. 정확한 사양이나 개수조차 나와있지 않고요. 가격이야 판매자 마음이라지만 99천원의 당위성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확한 내용물도 모르는데 무얼 믿고 사라는 걸까요.

  이거 말거도 셋째 이유도 있습니다. 일정 금액이 모금될 때마다 연장목표를 정해놨는데, 무슨 내용을 추가한다는 말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이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린 이 책이 몇 어절로 완성될지도 모르며, 목차가 어떤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무슨 내용을 더한다고 하면 원래 넣으려고 한 건지 진짜로 없는 걸 추가하는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5.3 사견 - 어떻게보면 아주 기념비적인 물건이 입니다. 도프, 던전월드, 마법서점, 폴라리스 모두 외국룰을 번역하거나 개작한 것인데, 유산은 순수 자작룰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까지 하고요.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구태여 기본 세팅이 존재하는 룰을 만들어야 했는가, 그것도 한국의 무궁한 떡밥인 한국적 소재인가, 왜 하필 대놓고 게임 목적이 토끼간을 찾아 헤매는 것이냐, 그건 어드벤처 시드 정도로 던져줄만한 것이지 게임 목적이라기엔 너무 조잡한거 아니냐 등.


  너무 길어서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요약: 다른 펀딩은 아무리 진행이 엉망이라도 기존룰에 기초해서 만들거나, 아예 번역을 한 것이다. 그래서 과정은 엉망이더라도 결과물의 신뢰성은 보장한다. 그런데 자작룰은 그게 되지 않는다. 이게 앞으로 뭐가 될지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데 당최 뭐가 될지 모르겠다.

덧글

  • 샤이엔 2013/12/27 09:09 # 답글

    마법서점 스토리 셋은, 처음에 없다가 주사위가 필요없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추가 된 옵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마법서점 자체 보다는 아무래도 '세비지 월드'가 주는 무게감이 컷던 느낌. 그러나 이쪽도 전업출판사를 표방하는 것에 비해 현재 일 진행상황을 보면 여러모로 좀.. 일단 지연도 이미 '꽤' 되었고요.

    폴라리스는 왜 폴라리스인가만 제외하면, 던월을 제외하곤 제일 괜찮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자작이 아닌 시스템을 펀딩하는 것의 장점이겠죠. 다만, 굳이 코멘트를 넣자면 '소비자'는 프로젝트 진행자가 프로젝트를 부업으로 하고 있건, 출판업에 문외한이건, 그 딴 사정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또 신경쓸 필요도 없으며 신경 써서도 안되는게 건전한 시장 논리라는 점이겠네요.

    이어리니안의 유산은 TRPG 펀딩이니 당연히 후원해야지!하고 페이지로 갔다가 공개된 베타룰을 보고..... 아무리봐도 베타버젼 룰은 그냥 엔젤기어TRPG 판정시스템 99% 그대로란 말이죠. 룰 외의 나머지도 공개되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이른바 DnD, 소드월드, 아리안로드 같이 코어 판타지 게임으로서 기초를 다져줄 시스템이었는데, 점점 공개되는 것은 이것은.... 아무튼 굉장히 고민하다가 결국 후원했습니다. 다만, 후원금액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클리어파일 하나에 만원, 6면체 12개(주머니)에 2만원, 다이스 다이 하나에 2만원으로 뛰는데..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구성이라는 느낌. 그래서 99000원에 사람이 몰린 것 같더군요.

  • 바이라바 2013/12/27 13:05 #

    1. 마법서점은 새비지 월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성공하지는 못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거기가 전업출판사인지는 몰랐네요. 아직 책이 한 권도 안 나왔으니 출판사라 부르기도 민망한 상황인데...

    2. 그 부분은 확실히 동의합니다. 다만 현재 한국 정서에선 '판 살리기'같은 대승(...)적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당장은 주류 의견이 될 것 같진 않더군요.

    3. 어... 이건 생각 외로 심각하군요. 이쯤되면 확신범이네요.
  • 케찰코아틀 2013/12/27 11:21 # 삭제 답글

    매섭지만 일리있는 지적이네요.
  • 바이라바 2013/12/27 13:06 #

    다른 분들이 먼저 하실 줄 알았는데, 딱히 이런 얘기가 없어서 먼저 말을 꺼내게 됐습니다.
  • Wishsong 2013/12/31 16:22 # 답글

    폴라리스 제작에 대해서 몇가지 뒷이야기를 달자면...

    1. 폴라리스 원작의 그림은 다른 작품의 삽화입니다. 삽화를 그린 쪽과 추가로 저작권 협상을 하는 거보다는 일러스트를 자체적으로 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해서 독자적인 삽화를 그리게 된 거지요.

    2. 폴라리스를 먼저 낸 이유는,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미 룰도 번역해 놓은 게 있어서 올해 중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3. 물론 차후에 새로운 룰북을 번역출판할 계획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폴라리스가 완성된 다음에나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 바이라바 2013/12/31 19:18 #

    덧글 감사합니다. 폴라리스 이후 뭐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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