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RPG인가? - 비디오게임 장르로써 RPG 생각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2/03/wasteland.html

 

루리웹에서 웬 인터뷰라고 해서 보니까 어이가 없는 글이라서, 직접 블로그 글을 몇 개 찾아서 봤습니다. 보고나니 여러모로 (안 좋은 면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약간 지루한 글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D&D


RPG 태초에 D&D가 있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지금 D&D는 베고 썰기만 하는 게임이라고 욕을 먹지만 그럼에도 D&D는 기념비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D&D(아는 사람에 한 해서) 하면 이런 걸 떠올립니다. STR, DEX, CON, INT, WIS, CHA. 그리고 d4, d6, d8, d10, d12, d20을요. 그리고 이런 게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아주 중요합니다.

 

능력 계량화

먼저 위에 쓴 능력치 6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 능력치의 용도는 인물의 능력을 재단하는 것이죠. 바로 너와 내가 어떻게 다른가를 나타내는 원초적인 지표죠. D&D의 문법으론 10이면 보통 사람이고 이제 짝수단위로 올라갈수록 판정 보너스가 붙어서 그 사람이 그 능력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뒷받침합니다. 이건 D&D 6대 능력치가 모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누가 무엇을 잘 한다고 하면 판정에 보정을 붙이는 것으로 성공 확률을 높여줍니다. 힘이 셀수록 피해가 높아지거나, 민첩이 높을수록 잘 피하고 잘 맞는다거나 하는 게 그렇습니다.

 

저거 말고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HP가 있겠습니다. 너가 얼마나 얻어맞고 버틸 수 있느냐, 바로 내구력 말이죠. 현대 전자오락에서 STR, DEX, CON, INTHP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임이 얼마나 있느냐하면... 솔직히 꽤 많을 겁니다. 그러나 RPG 딱지를 붙이고 나오는 게임 중에서 자유로운 게임은 하나도 없으리라 장담합니다.

 

 

난수

그전에 자꾸 RPG란 말이 나오는데 뜻이 대체 뭔지 알아볼까 합니다. Roleplaying Game. 역할연기 놀이죠. 단순히 소꿉장난이라면 훌륭한 역할연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의 영역에는 들지 못 한다고 봅니다. D&D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 무엇인가? 전 그걸 규칙이라고 봅니다. 규칙을 토대로 갈등을 해결하는 거죠.

 

물론 D&D는 모든 갈등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전투를 통한 갈등 해결의 정점에 서있습니다. 여기서 갈등 해결 수단이 무엇인가? 바로 주사위입니다. 주사위는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난수입니다. 일본이건 양키이건 CRPG를 보면 맞추기도 하고 못 맞추기도 하며, 기껏 맞췄더니 피해가 적거나 높거나 합니다. 바로 명중과 피해를 난수로 계산하기 때문이죠. 그걸 어디서 따왔을까요? 전 단연 D&D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D&D는 기존 워게임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습니다. 아마도 공격을 하면 명중하는 걸 구현한 가장 원초적인 명중판정이 여기에서 뻗어 나왔겠죠. 그럼에도 한정된 데이터만으로 해야 하는 워게임과는 달리,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오만가지 데이터를 제공해야했기에 난수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그 난수의 영역은 아주 많습니다.

 

D&D 클래식만 따져보죠. 명중굴림, 피해, 내성굴림 등이 있는데, 명중굴림은 온갖 판정에서 쓰는 공통 규칙입니다. 중요한 것이 이제 피해인데, 사실 피해만으로도 수많은 공격을 구현하기 위해선 각종 난수피해, 피해속성 및 상태이상을 부여해야합니다. 하나하나가 달라서 사실상 개별 특수규칙이라고 봐야합니다(사실 규칙규칙하지만 규칙이란 건 이렇게 보듯이 별거 없습니다). 단순히 이런 것만으로도 난수는 무궁무진해집니다. D&D의 마법사가 주문을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하면 아마 납득하시리라 믿습니다. 주문 하나하나가 곧 규칙이죠. 게다가 D&D 클래식에선 독이나 마비, 마법봉 등처럼 (현대 기준에선 조잡한) 여러 가지 내성굴림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위에서 말한 것 모두가 D&D식 전투에선 고려요소입니다. 워게임이라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구현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난잡하고 정신없고 외울게 너무 많거든요.

 


중간 결론

요약을 하면 D&D가 정립한 것은 체계화된 능력치 계량화와 섬세한 난수 규칙입니다(모두 거의 확실히 워게임에서 구체화가 된 것일 겁니다). 레벨 규칙이 진짜 중요한 것이지만 굳이 언급을 안 해도 충분히 논지를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저쪽 주장이 허술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여기서 이걸 RPG 문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RPG 문법을 쓰는 한 어떤 게임이든 RPG란 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게임이 직선형인지 비직선형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CRPG보다 자유로운 TRPG조차 일직선 시나리오를 돈 주고 팝니다.

 

 

 


비디오게임 RPG는 장르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RPG는 게임이라는 상부 범주의 하부 범주로, 역할연기를 하는 게임입니다(물론 그렇다고 RP하고 게임을 따로 뗄 수 없습니다. 보드게임에서 보드와 게임을 따로 떼놓을 수 없듯이요). 그럼 CRPG에선 역할연기가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합니다. 제 생각엔 온라인게임이 아닌 이상 비디오게임에서 역할연기를 불가능하다고 봅니다(용개를 보세요!). 내가 이런 피드백을 넣으면 반대로 무언가 돌아와야 합니다. 그럼 CRPG에선 "XX는 바빠보인다.""몰라."라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럼 MMORPG에서 다른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냈을 때 씹는 건 어떤거냐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 사람 삶에서 남을 무시하는 것도 피드백의 일종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말이죠.

 

CRPG는 백날 노력해도 결국 스크립트가 정한 한도 내에서 밖에 움직일 수 없고, 상호작용도 자유롭지 못 합니다. 굳이 오브젝트 따위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당장 CRPG에서 NPC와 대화가 자유로운 게임이 있다면 덧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고로 뇌내망상을 펼치면서 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CRPG에선 역할연기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CRPG가 왜 RPG인가? 그건 D&D를 컴퓨터로 재현하려고 했고, 그 와중에 RPG 문법을 빌려다 썼기에 RPG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RPG라는 것이 생각만큼 대단한 거 아닙니다. 고로 자유도가 떨어지건 말건 일본식 CRPGRPG입니다. RPG 문법을 따르고 있거든요. 그럼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하겠죠. "그럼 XX게임은 액션 요소가 들어가 있는데 RPG인거냐?" 사실 그건 제가 답하기 곤란한 부분입니다. 그냥 사람들이 10명 모여서 8~9명이 RPG라고 부르면 그 게임은 RPG가 되는 겁니다(그만큼 실체가 모호합니다). 장르는 사람들이 편의상 갈라놓은 것이지, 그 게임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남들이 구분한 걸 편하니까 쓰는 거지 그래봤자 비디오게임 안 하는 어르신들이 보기엔 그냥 뿅뿅이죠. 실체로써 장르라기 보단 게임의 여러 속성 중 하나라고 봅니다. 당장 10년 단위로 쪼개 봐도 장르의 정의가 꽤나 들쑥날쑥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더 스크롤 시리즈를 전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RPG라고 말합니다. 고로 엘더 스크롤은 RPG입니다. 그런 얘기죠.

 

이리해서 전 RPG가 비디오게임 장르로서 실체가 모호하다고 주장합니다. 고로 순수한 RPG 장르따윈 애초에 없었습니다. 정작 역할연기는 못 하니 문법만 남았고, 문법만 가지곤 게임이 되지 못 합니다(만약 역할연기가 가능하면 아주 감수성이 뛰어나거나 자폐성이 있거나 하겠죠). 저걸로 고작 할 수 있는 건 전투하고 퍼즐풀기, 대화 밖에 없죠. 아마 당시 컴퓨터 성능으로도 그 정도 밖에 못 했을 겁니다. 액션을 넣을 성능이 안 됐거든요. 가정용 컴퓨터가 비디오 게임기를 따라잡는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나 생각하면 성능이 구려서 그거밖에 못 해서였을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당장 용량만 해도 CD가 등장하기 전까진 거대한 벽이었죠). 그리고 전투나 퍼즐풀기는 던전물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D&D를 조잡하게 모방해놓은 데에 그친 거죠. 그래서 그런 게임만 나오다보니까 원조 (비디오게임) RPG가 이렇다! 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죠. 그리고 잘 나신 원조 (C)RPG는 블로그 주인장이 울부짖듯 소강기에 빠집니다. 왜 한동안 잠수를 탔을까요? 당연합니다. 90년대 하드웨어 성능으로 화려한 액션을 구현할 수 있고, 그게 유행이고 잘 팔리니까 안 나온 거죠. 괜히 이유없어서 안 나온 게 아닙니다. 돈이 안 되니까 잘 안 나온 거죠. 전적으로 개발자들이 당시에 맞게 게임을 내놓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탓이 아니죠(블로그의 글 내내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증오감과 피해의식은 정신과 상담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을 자아냅니다).

 

저기 주인장은 폴아웃을 증오하지만, 제가 보기엔 폴아웃이 없었으면 RPG붐도 오지 못 했습니다. 씨발이건 뭐건 폴아웃이 잘 팔렸으니까 다시 RPG 시장성이 생겨서 게임이 나온 거죠. 껍질인간은 시장논리를 우습게보고 상업논리를 증오하지만, 회사가 돈 벌려고 게임 만들지 껍질인간 좋으라고 게임 만드는 건 아니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자기가 월급 줄 것도 아니고요.

 

 

마무리


하여간 시간이 지나면 게임은 발전합니다. 순수한 (C)RPG라는 장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자연히 RPG란 비디오게임 요소는 다른 요소를 포용합니다. 액션이건 시뮬레이션이건요. 예전에 프린세스 메이커 글을 쓸 때도 느낀 거지만, 보통 잡탕이 되는 쪽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예컨대 같은 슈팅게임이라도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솔 디바이드는 천지차이죠.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그냥 총알만 뿅뿅 쏘지만 피하지만, 솔 디바이드는 쏘고, 피하고, 베고, (여러가지) 마법을 씁니다. 그리고 주인공마다 줄거리도 있습니다. 눈요기도 되고요. 물론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베이더는 당대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게임이게죠. 고로 이 모든 것은 기술 발전이 일군 결과겠죠. 솔 디바이드를 보면 언뜻 보면 RPG 스럽기도 합니다. 레벨 업이 있거든요. HPMP같은 것도 있고요. 그럼에도 RPG는 아닙니다. 다만 RPG스러운 요소를 받아들인 것이죠. 그래서 슈팅게임치곤 독특한 재미를 가져다 줬다고 봅니다. 물론 둘 다 아주 원초적인 이입요소가 있습니다. 나는 맞지 말고, 적을 격추해야한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것이 나인 셈이죠. 보통 비행기 게임하다가 나 죽었다고 하지, 기체 이름을 부르며 죽었다고 하진 않죠?

 

그 이전에 심시티를 하면 내가 시장이 되고, 삼국지를 하면 제가 엄백호가 되고, 파이널 파이트를 하면 제가 코디가 됩니다. 몰입의 정도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게임 자체가 역할극의 원초적인 요소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자신을 코디라고 생각하건 안 하건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는 바로 저이고, 적은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보다 훌륭한 역할연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순수한 장르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순수한 슈팅 게임이라는 게 있다면 줄거리도 뭐도 없이 적만 쏴서 격추하는 명부마도의 게임이 돼야겠죠. 서사 따윈 사도입니다(존 카멕 왈 "게임에서 스토리는 포르노와 비슷하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그런 것만으론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몰입할만한 요소도 있고, 눈도 즐거워야 하고, 시스템도 단순하면서 복잡해야겠죠. 그래서 다른 게임에서 여러 요소를 따왔기에 지금의 슈팅게임이 생겼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세대건 구세대건, RPG건 비RPG건 살아남으려고 아둥바둥하면서 다른 게임의 요소를 따오고 발전시킵니다. 그래서 요즘 게임이 생겨난 거고, 그게 취향이건 취향이 아니건 긍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취향은 자기만의 것이지, 규범이 아닙니다). 어차피 비디오게임의 역사는 50년도 안 된, 역사가 짧은 문화입니다(지금 세상엔 아직 비디오게임이 존재하기도 전에 사셨던 분들이 멀쩡히 땅위를 걷고 계십니다). 거기서 꼰대질을 해봤자 비웃음만 당할 뿐이죠.

 

 

. 요즘 킥스타터 흐름은 언뜻보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면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최소 비디오게임에 한해서 그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대려면 수만달러 단위가 돼야 하고, 보통은 천달러 단위를 찍은 사람들이 킥스타터를 견인합니다. 그렇다고 돈 많이 낸 사람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건 킥스타터 자체가 투자도 후원도 아닌, 선주문이자 공동구매에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덧덧. 보통 추억을 자극하는 구식(올드스쿨) (C)RPG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가 됩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이 미국에서 RPG가 한시적으로 비실비실댔던 것은 당대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돈을 모아서 우리들만의 리그를 하자. 이런 건 또 새로운 도태를 낳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새로운 유입이 없는 동네는 고사되기 마련이거든요. 장사 하루이틀한 사람이 아닐테니, 그냥 립서비스이길 빕니다. 그전에 전 그 구식 게임을 돌릴 사양이 안 되서 살 마음도, 할 마음도 없지만요.


덧덧덧. 이글을 3주전에 써놓고 안 올리고 빈둥대다가 굉장히 웃긴 사실을 발견했는데, 옛날 CRPG는 참 재미가 있다고 추천들 하지만, TRPG는 새 판본이 있으면 구 판본을 권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나면 글을 써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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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잿달 2013/03/19 13:44 # 삭제 답글

    새 판본이 있어도 구 판본을 많이들 찾지 않나요
    nWoD - oWoD라거나. D&D의 경우도 4.0보다 예전 판본들을 즐기는 경우를 더 많이 봤습니다.
  • 바이라바 2013/03/19 14:12 #

    WOD는 설정때문이지 시스템때문에 찾지는 않죠. 그리고 굳이 드물다고 말한 것의 가장 큰 이유가 D&D 거든요. 수백개가 존재하는데 두세개가 예외이면 드문 편인 거죠.
  • accuram 2013/03/19 14:28 # 답글

    RPG하면 저는 울티마 시리즈나 발더스게이트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요즘은 WOW같은 온라인 MMORPG가 대세이긴 하죠. 세상이 바빠지다 보니, 차분하게 앉아서 RPG게임하기는 힘들어 진듯 해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르의 구분은...

    RPG : 이벤트 발생시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많다. 이벤트의 진행이 정해진 범위에서 사용자가 정해 진행한다. 예를 들면, 대화로 풀거나, 매력으로, 마력으로, 도둑질, 속임 수, 끝으로 전투를 통해 진행 가능. 심지어 플레이어의 잘못된 선택으로 더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투는 반사신경 보다는 무장과 바법의 사전 준비와 상성, 사용 타이밍, 동료의 위치 선정 등이 승리를 좌우한다.

    액션 RPG : 전투에 따라 레벨업이 있긴 하고, 직업의 선택 등 성장의 옵션은 있으나, 스토리는 직선적이다. 주어진 맵에서 주어진 전투를 해야함. 레벨업 노가다를 위해 평화롭게 거닐고 있는 몹을 적으로 간주해 사냥해야함.
  • 바이라바 2013/03/19 18:12 #

    사실 이거면 어떻고 저거면 어떻냐 싶습니다. 남도 동의하는가 문제죠.
  • Fedaykin 2013/03/19 14:50 # 답글

    장르따위 무너진지 오래죠.
    매스이팩트를 수식하기 위해선 SF-숄더뷰 FPS-RPG라는 기괴한 단어마저 필요합니다.

  • ... 2013/03/19 16:15 # 삭제

    겟츄에서 야겜 장르써놓은거 보면 게임 한줄소개란이 되어버린
  • 바이라바 2013/03/19 18:13 #

    이젠 과거에 엄격하게 구분하려 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튀기가 되가고 있죠.
  • 샤이엔 2013/03/20 11:31 # 답글

    개념 정립하신 부분들이 공감도 많이 가고 읽으면서 생각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바이라바 2013/03/20 16:04 #

    저야 남이 쓴 걸 읽고 정리를 해서 쓴 것이니 딱히 개념 정립까지도 아니죠.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 대공 2013/03/21 14:51 # 답글

    그럼 샌드박스형 게임들은 어떻게 생각해야하죠? 폴아웃이나 스카이림 같은거요
  • 바이라바 2013/03/21 14:55 #

    그것도 어쨌든 난수나 수치화가 들어가니 RPG라면 RPG라고 봅니다.

    사실 경계가 겁나게 모호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RPG라고 부르면 RPG가 된다고 봅니다. 제가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그게 액션 게임이 되지 않듯이요.
  • 대공 2013/03/21 15:03 #

    아이고 부끄러워라;;;;본문에 제가 묻고 싶은걸 다 언급 하셨네요;;;;;;; 대충 읽은 티를 내버렸군요
    여튼 말씀하신대로 장르가 모호해 지는 방향이 되리라 봅니다.
  • 안산출신마리오 2013/03/27 13:52 # 답글

    RPG가 비디오게임으로서 실체가 모호하다는 말을 보니 X건담 후반부가 생각나는구만
    '뉴타입이란 실체가 모호한 것이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자.'

    늦게 봐서 미안하다.
    멘탈케어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 바이라바 2013/03/27 21:53 #

    요즘 정신이 없었나보군ㅇㅇ
  • Zerasion 2013/04/12 13:41 # 삭제 답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질문주셨던 내용은 제 포스팅에 답글로 달아두었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
  • 바이라바 2013/04/12 15:54 #

    재미있게 읽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 HAVETO 2013/04/13 14:43 # 답글

    RPG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장르 구분에 대해 저도 글을 써봤습니다. 핑백이라고 하나요? 남기고 갑니다.
  • 바이라바 2013/04/13 17:42 #

    새로운 견해네요. 보통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재미가 아니었던가요? 재미는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게임도 재미가 없으면 땡인거죠.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오려고 하지 마세요. 게임에서 예술성을 느끼는 것도 개인의 영역이지만, 그 이전에 재미있지 않으면 좋은 게임이 아닙니다. 훌륭한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재미를 느끼는게 장르까지 정해놓고 해야하나요?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에 지나지 않습니다.
  • HAVETO 2013/04/13 22:13 #

    재미 자체는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어떤 개별 게임의 작품성은 '나 자신'에게 재미있느냐 아니냐를 벗어난 문제라 봅니다. 즉 엄청나게 구체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장르별 기준, 게임으로써의 고유 기준은 있다 이 뜻입니다. 대신에 제 개인적으로는 장르를 그저 FPS, RPG큰 단위로 나눌 게 아니라 좀 더 세분화햐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재미가 순전히 개인의 것이라 단정짓고 들어가면 영화평론이나 문학평론도 다 쓸모없는 것이 되겠지요. 게다가 보통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은 작품성도 높다고 평가됩니다. 또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이 게임을 단순 소프트웨어에서 더 발전 못하게 가로막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바이라바 2013/04/13 23:38 #

    1. 장르는 게임이 무엇인지 구분하려고 한 거지 그게 게임의 본질이 되지 못 합니다. 껍질인간 본인이 장르의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글을 올렸는데, 이거야 말로 장르라는 시대에 따라 장르의 합의가 변한다는 말이 될 수 밖에 없지요. 그렇게 합의가 변하는 용어라면 본질이란게 존재하는가, 전 그것부터 묻고 싶네요(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헐겁고 실체가 모호하다는 걸 증거하죠). 물론 세부구분이야 할 수 있겠죠. 그게 10년 뒤에도 통용이 되는가가 문제죠.

    2. 평론은 어디까지나 남의 의견입니다. 영화평론가가 나쁜 말 했다고 그 영화가 재미가 없는 건가요? 아니면 껍질인간이 혹평을 했다고 그 게임은 재미가 없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귀가 참 얉은 사람이겠죠. 자기가 보고 즐기는 걸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 하니 동정을 해야죠. 저런 분에겐 전자오락을 관두고 다른 취미를 찾아보는 걸 권하고 싶군요.

    3. 저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껍질인간님에게 동조하는 몇 안 되는 의견이 바로 요즘 게임은 재미가 없다는 거거든요. 예술 이전에 재미부터 찾아야할 판국입니다.
  • HAVETO 2013/04/14 01:06 #

    1. 각 장르별 본질에 대해 합의가 어렵다고 하시지만, <스타크래프트>하면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액션 커맨드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스타크래프트>에서 옛날 워게임의 정밀한 플레이를 기대하는 사람도 없구요. 본질이라는 거창한 말을 적용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장르 별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위의 예에서처럼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 있는 상태고요. 좀 더 심화시켜 보자면 CRPG에 대해서는 껍질인간님 경우에는 울티마, 위저드리 등 CRPG초기작과 그 아류 게임들에서 추구하던 것을 CRPG의 목표로 잡은 것이고, 또 과거 제작자들이나 지금의 킥스타터 제작자들은 이 고대의 유산을 '본질'로 보고 있는 것이겠죠.

    2. 재미와 작품성, 작품의 역사적 의의 등은 어느 정도 비례 관계는 있어도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평론가나 껍질인간의 평론은 말초적 재미보다는 후자 쪽에 가깝죠.

    3. 옛 게임들이 추구하던 장르 기초적 요소를 술에 물탄듯 희미하게 만들었기에 재미가 없다 느끼는 건 아닐까요?
  • 바이라바 2013/04/14 10:45 #

    1. 기대심리를 말한다면 언제나 새로운 충격은 기대하지 않을 때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장르설에서 혁신은 배제해야할 요소겠죠. 기대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리고 초기작은 초기경향일 뿐이니다. 왜 그것이 본질이 되야하는지, 그게 기준이 되야하는지 모르겠네요. 취향이 그거라면 납득할 일이지만 그때로 돌아가야한다고 하고, 대다수가 비판하는데 소수의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해서 몰려들면 컬트죠.

    2. 제가 보기엔 흔해빠진 자기감상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영화평론하곤 방향성과 형식이 아예 달랐습니다. 그게 새로운 형식이라고 하면 전 그게 평론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3. 그냥 너무 식상하거나(본질에 너무 충실하거나) 못 만들어서 재미를 못 느끼는 것 뿐입니다.
  • 용공폭도 2013/04/14 12:35 # 삭제

    일단 HAVETO님 덧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하베토님이 평론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신 것이 아닌가... 라는 겁니다.

    영화평론이건, 문학평론이건 간에 평론이란 개인적인 감상보다 상위에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평론 자체도 평론가의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죠. 다만, 이론적인 틀을 통해 대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감상을 설명하는 기술을 평론의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평론가의 비평이 평론가가 아닌 각 개인들의 감상보다 더 고등한 것은 전혀 아니고, 평론가의 주관성을 벗어나 객관성을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대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감상을 설명하는 표준화된 틀과 도구를 가진 것 뿐이죠.

    이것을 넘어서, '평론'이라는 것에 객관성을 부여하시겠다? 주관적인 각 개인의 의견을 넘어, 보편적 객관성을 가진 평론을 제시하시겠다? 하하하...

    정말 죄송한데, 그건 인류가 예술에 눈을 뜬 뒤, 수천년간 시도해 왔지만 결국 실패한 겁니다. 짧게 봐도 삼사백년, 길게 보면 삼사천년간 끊임없이 시도해 왔지만 성과는 없었어요. 오히려, 애초부터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현대 예술론의 주된 명제죠. 그런데, 꼴랑 삼사십년도 안 되는 역사로 게임이 벌써 그걸 이뤄냈다는 겁니까?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한데, 그건 정말로 뭐랄까...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우와! 이렇게 대단한 건 내 평생 처음이야!'라고 외치는 것하고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무슨 영화평론가나 껍질인간님이 각 개인의 '말초적인' 재미보다 더 고등하고 객관적인 감상의 틀을 찾아냈다고요? 글쎄... 그걸 입증할 수만 있으시다면, 예술과 감상의 역사를 새로 여셨다고 인정해 드리죠.
  • 용공폭도 2013/04/14 12:54 # 삭제

    그래서, 바이라바님이 뭐라고 하셨건 간에 저는 게임이 이미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베토님이 게임의 '예술성'이라는 개념을 각 개인의 취향보다 상위에 놓고, 그것을 휘둘러 각 작품의 우열을 매기려고 드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겁나게 웃깁니다.

    애초부터 예술은 개인의 것이었죠. 매 시대마다 유행은 있었을지언정,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오롯이 개인의 몫이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었죠. 그런데, 지금 주관적 취향을 넘어 객관적으로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틀을 찾아내셨다구요?

    놀랍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에요. 이 놀라운 순간은 인류의 역사에 남아야 합니다. 이후, 모든 예술론 교과서들이 이 놀라운 발견에 따라 쓰여질 것이고, 모든 역사 교과서들이 한 장을 할애해 이 순간을 기념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 놀라운 비밀을 어서 우리에게 좀 알려주세요.
  • 용공폭도 2013/04/14 13:44 # 삭제

    그 다음, 장르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주 좋은 예를 드셨습니다. 워게임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액션커맨드 같은 조작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장르가 바로 RTS죠. 장르의 지향성을 따진다면 스타크래프트같은 RTS의 지향성은 워게임의 지향성과 액션게임의 지향성 사이의 어떤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또 여기에, RTS와 고전적 대전략형 워게임 사이의 지향성을 가진 HOI같은 게임도 있고, 액션중의 액션게임인 대전액션 게임 중에서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서 전략성을 부여한 게임이 있죠. 각 장르별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아니죠. 추구하는 지향성과 목표를 가진 것은, '각각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장르란, 그 지향성과 목표가 인접한 작품들을 묶은 임의의 구별이죠.

    FPS, RPG등의 큰 단위로 나누는 것과 좀 더 세분화된 구별방법을 사용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적절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겁니다. 다만, 창작의 단위가 각 작품인 이상, 별개의 작품 사이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목적의식을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장르 구별이란 본질적으로 임의적이고, 그 구별 기준은 자의적일 수 밖에 없지요.

    마침 껍질인간님 블로그에 재미있는 자료가 있더군요. http://deadly-dungeon.blogspot.kr/2013/03/pc.html

    보시면, 17위의 삼국지와 55위 징기스칸이 'ST,RP'로 분류되어 있죠. RP, 롤 플레잉 어드벤쳐가 붙어있죠? 하베토님이 말씀하시는 'RPG의 본질'이 규정되던 시기에, 삼국지나 징기스칸이 그 전통의 일부로 취급받았던 겁니다. 그러면, 이 시대에 고전 RPG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체 삼국지, 징기스칸의 어떤 장르적 목표를 공유하는 거죠?
  • HAVETO 2013/04/14 14:38 #

    바이라바//굳이 (제 논리가) 혁신을 배제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RTS나 FPS, CRPG초기작들이 제시한 게임상의 규칙과 요즈음 작품들 간에 근본적인 뼈대 자체도 공통점이 없나요? 적어도 하나의 경향은 있습니다. 예컨대 RTS는 <듄2>에서 유닛 하나하나의 세세한 컨트롤과 실시간인 자원-생산-전투 개념을 도입했죠. 그리고 <COH>나 <스타2>는 다른 면에서 차이는 많지만 적어도 이 개념 자체는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기한 기초개념이 얼마나 전술적이냐에 따라 '재미'나 '평가'가 갈리는 것이고요.

    평론과 감상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가 제대로 분간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더 생각을 해야 할 듯 하네요.


    용공폭도//평론 개념의 정확한 이해에 대해서는 제가 실수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론의 영역이 아니라 순수 객관적인 면이 하나도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또 평론이나 단순한 사견에서 객관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한다고도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평론이든 사견이든 객관적인 고찰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면 예술이 학문 영역으로 존재할 수도 없겠죠. 하나의 '그나마 인정받는' 이론이 나올 수가 없는데.

    댓글 하나 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마지막 댓글은 못 읽었네요. <스타크래프트>말씀을 하셨는데 아시는 대로 고전적 턴제 워게임의 파생 장르로써 RTS가 존재하는 겁니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평가는 워게임의 잣대로 할 수 없죠. <HOI>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해본적이 없어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지만, RTS와 워게임의 공통적 속성은 전술/전략성인데 평가의 기준이 나오지 않나요. 대전 액션 게임에 커스터마이징 같은 요소가 있다 해서 커맨드를 입력해 상대방을 격파한다라는 기본 전제가 훼손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별개의 작품 사이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목적의식을 찾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럼 <스타크>와 <C&C>에는 아무런 장르적 공통성이 없나요? 차이가 매우 많은 게임이지만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위장르든 복합장르이든 평가 기준을 조금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제 논지입니다. 이거에 대해서 이미 이글루에 썼던 글 또 쓰기는 싫으니 복붙 좀 하겠습니다.

    ............... 하위장르마다 세부적인 평가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해야 겠다. 편의상 FPS만 놓고 보면 태초의 <울펜슈타인3D>이래 다양한 파생장르가 쏟아져 나왔다.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를 <둠>시절의 FPS사조에 무리하게 끼워 넣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FPS의 기본은 전투이기 때문에 전투 자체의 품질을 놓고는 <둠>같은 고전 FPS와 비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 뼈대를 제외한 각 게임의 고유한 면에서는 다르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

    <삼국지>와 <징기스칸>의 예는 좀 당황스럽네요. 그 점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봤을 때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에 RPG'요소'가 들어있다 해서 킥스타터 개발자들이 그 요소를 대폭 수용해야 할 이유는 없겠죠?
  • 용공폭도 2013/04/14 15:35 # 삭제

    순수 객관이라는 게 있다면, 대체 그 순수 객관이 뭡니까? 굳이 그걸 찾아본다면 매체와 작품이 가진 특성은 객관적인 사실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특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가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는다는 거니까요. 시력이 3.0씩 된다는 몽고사람하고, -12 디옵터짜리 안경 쓰고 다니는 제가 같은 공간을 본다면 과연 두 사람 눈에 보이는 풍경이 똑같겠습니까? 그러면, 과연 이 두 사람이 보는 풍경 사이에서, 어떻게 '객관적인' 풍경을 찾아내죠? 두 사람 눈에 보이는 모습을 평균내서 3D 그래픽으로 만들까요? 그런데, 같은 3D 그래픽을 본다고 해도 시력 3.0인 몽고사람과 -12 디옵터짜리 안경 쓰고 다니는 제가 과연...(이하생략)

    단순히 대상을 보는것만 해도 이렇습니다. 하물며, 자신이 받아들인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게 되면, 객관성을 찾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해지죠. 저와 똑같은 시력을 가진 군바리와 운전수가, 저와 함께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면 과연 이 세 사람은 그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눈 오네.. 예쁘다' 하고, '내일 장거리 뛸려면 피곤하겠는데?' 하고, 'ㅆㅂ.. 하늘에서 또 똥가루가 날린다' 사이에서 과연 어떤 객관적인 인식이 존재할 수 있죠?

    그래서, 예술론이나 미학에서 이론을 인정한다는 건, 그 이론의 객관성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죠. 문제는 정합성입니다. 대상을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래서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해서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이론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이론이 아니고요. 굳이 이론에 객관성을 부여한다면, 이 사유 체계의 합리성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따질 일이지, 감상 자체가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죠.

    따라서, "하나의 '그나마 인정받는' 이론" 이라는 건, 없었고, 없으며, 없을 겁니다. 나름의 정합성을 가진 다수의 이론들이 있을 뿐이죠. 하베토님 주장에 맞춰서 좀 더 노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게임에서 개인적인 재미, 개인적인 취향의 호오를 뛰어넘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써의 '게임으로의 고유 기준' 따위는 없어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평론, 문학평론, 게임평론은 다 쓸모있습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써 다른 기준들보다 상위에 있기 때문에 쓸모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무수한 관점중 하나로써 존중받아 마땅하기에 쓸모있는 거죠.

    좀 더 말꼬리를 잡아보자면, '어떤 영화평론가나 껍질인간이라는 사람의 관점'을 '말초적 재미나 찾는 사람들의 관점'과 대비해서, 작품성과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건 몹시 오만하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말초적 재미보다 수준높은 작품성과 역사적 의미요? 글쎄... 소설의 역사는 게임의 10배는 될 겁니다. 그만큼 장시간에 걸친 연구가 이뤄진 매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 수백년간의 연구성과를 계승해서, 평생을 소설 연구에 바친 노교수들도 객관적인 이론을 통한 객관적인 작품성의 평가라는 이야기는 '감히' 못 하거든요.
  • 용공폭도 2013/04/14 15:35 # 삭제

    장르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 해 보죠. FPS 라느니, RPG 라느니 하는 장르 대분류가 그 장르에 속한 게임들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마 하베토님도 동의하실 겁니다. 그래서 장르를 세분화해서 하위분류를 만들어 낸다면, 과연 그 하위장르는 그에 속한 게임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글쎄... 제가 보기엔 각 게임 타이틀 갯수만큼 장르 갯수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힘들 것 같군요. 하위장르든 복합장르든, 장르란 기본적으로 각각의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을 기준으로 별개의 작품들을 묶어 분류하는 기준이죠. 따라서, 장르는 그에 속한 작품들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이건 장르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르라는 개념 자체가 가진 한계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C&C 사이에는 장르적 공통점이 없느냐고요? 그럴 리가 없죠.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스트리트 파이터와 스타크래프트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나요? 아니죠. '빠르고 정확한 조종과 명령을 통해서 적을 격파하는 게임'이라는 아주 강력한 공통점이 있죠? 말씀하신 대로, 스타크래프트와 C&C 사이에는 장르적 공통점이 있고, 따라서 같은 장르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스타크래프트와 스트리트 파이터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으므로 역시 같은 장르로 묶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마침, 아까 링크로 건 껍질인간님 글을 보면 80년대 당시에는 실시간성이 있는 게임들은 죄다 액션으로 분류해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작품들 사이의 공통점에 주목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임, 모든 놀이는 결국 하나의 장르로 묶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차이점에 주목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세분화 된 장르라도 그에 속한 작품들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결국, 장르 구분이라는 건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임의적으로, 구별 기준으로써의 공통점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떤 합의의 기준에 굳이 '장르의 본질'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에이 전략 시뮬레이션에 RPG 요소같은거, 없습니다. 최소한 하베토님이나 껍질인간님이 좋아하는 장르로써의 RPG와는 사실상 아무 상관도 없어요. 아마 삼국지나 징기스칸은 게임 속에 인물들(장수들)이 캐릭터로써 등장하는 것 때문에 롤 플레잉 어드벤쳐로 분류되었을 겁니다. 근데 뭐... 현 시대에 와서 이걸 RPG 요소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웃기죠.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베토님이 '장르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간주하시는 것, 특정 장르에 속하는 요소라고 간주되는 것들 자체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일 뿐이지, 어떤 본질로써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 바이라바 2013/04/14 20:29 #

    자, 분명 장르마다 본질이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었죠?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본질입니다.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그게 아니면 그 사물을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본질입니다. 그게 혁신이건 퇴보건 변화가 일어나면 그 시점에서 본래 성질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원래 본래 성질이 그걸 아우르는 건가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제 논에 물대기라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이래도 혁신을 넣고 싶은 겁니까? 말이 좋아 혁신이지 근본적으론 퇴보와 다를 바 없는 변화의 일종입니다. 게다가 혁신이란 말은 싹갈아엎는다는 말입니다(설마 혁신이란 말이 그냥 보기 좋아서 혁신이란 말을 쓰신 건 아니라고 믿겠습니다). 그럼 기존의 본질이란 것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결국 하베토님이 말하는 본질은 그저 일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취향에 지나지 않아요. 그걸 일반가치로 만들고 싶다면 좀 더 객관적으로 논증을 하셔야겠죠.
  • HAVETO 2013/04/15 00:45 #

    http://death2501.egloos.com/3030617

    두 분에 대한 답변 겸 제 생각 정리로 제 이글루 자체에 글을 남겼습니다. 이 편이 더 깔끔하고 좋네요.
    생각해야 할 질문들이었는데 좋은 기회 제공해 주셔서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껍질인간 2013/04/14 13:13 # 삭제 답글

    http://zerasion.tistory.com/32 여기 댓글보고 왔는데 어이가 없네요. 제 블로그 내용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하면서 저는 왜 끌어들이는지? 저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글에 저에 관한 언급은 좀 빼주시죠? 저는 님이 쓴 이 글에서 해당되는 얘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도 안읽고(혹은 못읽고) 맘대로 남에 대해서 상상해서 써갈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별 미친...
  • 바이라바 2013/04/14 13:25 #

    껍질인간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님이 이러시면 님을 방어하기 위해 총대매고 덤벼든 하베토님이 불쌍해지지 않습니까!
  • HAVETO 2013/04/14 13:55 #

    껍질인간과 데들리던전을 방어하다뇨;; "데들리던전 내용에 대한 오독 아닌가요?" "(데들리던전의 주의주장과 비슷한) 제 생각은 이곳 주인장님의 생각과 다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누굴 변호하는 내용입니까?
  • 바이라바 2013/04/14 19:15 #

    제 글은 껍질인간님의 RPG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인데, 거기에 껍질인간님의 주장을 들고 오셔서 지적하셨으니 그게 변호가 아니고 무엇이죠? 그리고 껍질인간님께서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하시는데 더 하셔봤자 의미가 있나요.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저는 님이 쓴 이 글에서 해당되는 얘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도 안읽고(혹은 못읽고) 맘대로 남에 대해서 상상해서 써갈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별 미친...
  • HAVETO 2013/04/14 19:56 #

    껍질인간님 글에 대해 오독했다고 문제제기한 것은 모던워페어 부분뿐이지요. 그리고 그 모던 워페어에 대해서도 "껍질인간의 생각과 제 생각은 다릅니다"고 분명히 써 놨을 텐데요. 장르 구분에 대한 주의주장은 데들리던전의 논지를 일정 받아들였더라도 일단은 제 의견입니다. 데들리던전을 참고문헌마냥 논거로 든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당사자가 자기 주장과 해당없다=오독했다 이렇게 말하고 갔는데(모던 워페어 부분에도 똑같이 해당하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한 지적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죠. 이걸 "방어하기 위해 총대메고 덤벼"든 거라 생각하시면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바이라바 2013/04/14 20:19 #

    그건 확실히 따로 봐야 겠군요. 그럼 계속 하도록 하죠.
  • C 2013/07/05 17:53 # 삭제 답글

    이렇게 좋은 글을 뒤늦게 봤네요.

    누구씨의 태평요술에 낚여서 주화입마에 빠진 수많은 중생들이 이런 좋은 글을 많이 읽었으면. -_-

    사실 저도 요즘 게임업계의 블록버스터화에는 좀 질려서 옛날이 그립다고 투덜투덜대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요즘 게임업계에 다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태평요술에 낚여 파닥파닥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 바이라바 2013/07/05 21:05 #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요즘 게임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분'의 게임관은 아주 독자적이고 고유한 것이라서 본인말고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하는데, 다들 자신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그걸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ㅡㅡ 하더군요.
  • 스피노자의 정신 2017/03/13 22:43 # 답글

    게임의 장르는 파는새끼가 붙인 라벨로 끝나는 문제인데 이걸 이렇게 장문으로 구질구질하게 다른사람 욕할려고 쓰신 노력이 정말 대단 하시네요.투기장 여시는 실력이 아주 대단하십니다.
    덧붙여서 웨이스트랜드2는 쓰레기니까 니나 하세요.
    덧덧붙여 말하면 토먼트는 비쥬얼 노벨급이고 ,TONM은 공갈빵입니다.그러니까 그런 겜은 니나하고 남한테 하라마라 하지 마세요.
    덧덧덧 붙여 말하자면 난수 드립도 사실 꼰대의 망상이죠. 그게 뭐 필요하다는 것도 섹시우스 울부짖는거랑 갖은 맥락으로 틀딱이 짖어대는 전형 적인 개소리 아닌가?
  • ㅇㅇ 2017/09/10 06:13 # 삭제

    4년 뒤에 기어와서 뭔 개솔? 섹시우스 블로그 망했다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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